용비어천가외 3수

 

용비어천가 2장

根深之木(근심지목) 風亦不扤(풍역불올) 

有灼其華(유작기화) 有蕡其實(유분기실)

源遠之水(원원지수) 旱亦不竭(한역불갈)

有斯爲川(유사위천) 于海必達(우해필담
)

 

초발심자경문 22

來無一物來(래무일물래) 去亦空手去(거역공수거)

自財(자재) 無戀志(무연지) 他物(타물) 有何心(유하심)

萬般將不去(만반장불거)

唯有業隨身(유유업수신)

三日修心千載寶(삼일수심천재보)

百年貪物一朝塵(백년탐물일조진)


松下問童子 (송하문동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言師採藥去 (언사채약거) 스승님은 약초를 캐러 가셨는데

只在此山中 (지재차산중) 단지 이 산속에는 계시나

雲深不知處 (운심부지처) 구름이 깊어 계신 곳을 알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더라

  ---  지은이  : 가도(賈島/779~843 중국 중당(中唐) 때의 시인. 자 낭선(浪仙)


山居秋暝(산거추명) - 왕유(王維)

 

 空山新雨後(공산신우후) : 인적 없는 텅 빈 산에 갓 비가 내린 뒤

  天氣晩來秋(천기만래추) : 산골의 저녁 날씨 가을빛이 완연하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 막 떠오른 밝은 달이 소나무 사이로 비치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 샘에서 솟은 맑은 물이 바위 위로 흐르는데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 댓잎이 사각사각 빨래하던 아낙 돌아가고

  蓮動下漁舟(연동하어주) : 연잎이 흔들흔들 고깃배가 내려가네.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 봄꽃이야 제맘대로 져버렸지만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 가을에도 이 산골은 살 만하다

 


 

 

by 흰구름처럼 | 2012/04/26 07:00 | 트랙백 | 덧글(0)

마종기의 시 3편


박 꽃

            마종기 

 

그날 밤은 보름달이었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밤의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꽃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ㅡㅡ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ㅡㅡ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ㅡㅡ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ㅡㅡ네, 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내 아이들은 박꽃이 무엇인지 한번 보지도 못하고


하나씩 나이 차서 집을 떠났고


그분의 눈물은 이제야 가슴에 절절이 다가와


떨어져 있는 것이 하나 외롭지 않고


내게는 귀하게만 여겨지네.

  


<마종기 시집 "이슬의 눈" (문학과지성사) 에서




우화의 강 1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산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그 나라 하늘빛』.문학과지성사. 1991:『마종기 시전집』. 문학과지성사. 1999)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고속도로변 노을 / 마종기

 

 

왼쪽으로 한동안 크고 넓은 노을이 타고 있었어.


달리는 차에 가득 담기는 진한 핏빛의 무게


그 노을이 목소리를 내며 내 몸을 감았어.


온몸의 그늘이 더워지는 어지럽고 난처한 힘.


늦가을 나목의 긴 손들은 여기저기서 천천히


연기와 냄새만 남기는 낙엽을 어루만지며


멀리 떠나간 이나 잊힌 이름들을 찾고 있었어

 




그러니까 나는 북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거야.


그날의 노을이 왼쪽에서 다시 나를 붙잡으면



평생 가보지 못한 길이라고급히 방향을 돌리고


길들어지지 않은 몸만 들고 오라고 말해야겠네.


나를 이끌고 가던 방향은 더 이상 상관이 없다.


녹슨 고속도로는 고개 숙인 채 차들을 외면하고


멀리 보이는 낯선 건물들은 차게 식어간다.


 


우주는 한 개뿐이라고 믿었던 시대가 있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더 아끼는


그런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피곤한 뼛속에


다 숨어서 살 뿐, 아무도 찾지 않는 저녁의 집.


삶의 이름이 아픔이란 것을 몰랐던 탓일까.


고속도로의 복잡한 매듭이 느슨히 풀어진다


남은 저녁이 노을의 끝을 잡고 달리고 있다.


 


마종기 시인, 의사

출생
1939년 1월 17일 (일본)

가족
아버지 마해송, 어머니 박외선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

데뷔
1959년 현대문학 시 '해부학교실'

수상
2009년 제54회 현대문학상 시부문상

경력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아동병원 방사선과 과장

by 흰구름처럼 | 2012/03/18 08:35 | 좋은 글과 시 | 트랙백 | 덧글(0)

이은상 시조 - 인생

〈인생〉

차창(車窓)을 내다볼 때 산도 나도 다 가더니
나려서 둘러보니 산은 없고 나만 왔네
다 두고 저만 가나니 인생인가 하노라.
                                                                                                              -이은상(李殷相, 1903-1982),

by 흰구름처럼 | 2012/02/17 10:40 | 좋은 글과 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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